조인성이 울면서 주먹으로 입을 틀어 막는 씬이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되었던 발리. 그 발리에 직접 가게 되었다!
티켓은 와이프가 작년말에 저렴하게 나온 것을 보고 구매를 해 둔 상태였다. 다만 장기여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비행기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2박 3일로 짧게 보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참고로 말레이시아 경유.
도쿄 하네다 출발이었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 와이프 퇴근에 맞추어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원래 비행기는 이날 자정무렵에 출발하는 것이었는데 아침에 갑자기 스케줄 변경 연락이 왔다…🤬
원래대로라면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토요일 정오경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둘러보려고 했는데 이때문에 오전 덴파사르행 경유편을 탈 수 없는 상황. 사실상 토요일은 다 날리는 상황이었다. (찾아보니 말레이시아항공은 항공기 스케줄 지연으로 악명이 높았다.;)
새벽 2시가 넘어 비행기는 가까스로 출발을 했고 이륙 후 얼마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간식준다고 깨웠다. 🤯 늦게 출발해서 분한 것 보다 피곤한데 깨우니 조금 화가 났고… 이를 식히기 위해 캔맥주를 요청. 그리고 다시 기절했다.
도쿄 하네다에서 경유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까지는 7시간정도의 비행이다. 자도 자도 끝이 나지 않아서 너무 지루했다. 미리 아이패드에 담아 온 넷플릭스 드라마와 책으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이것도 한두시간이지 ㅎㅎ.
아침즈음에 기내식이 한번 더 나왔는데 살기 위해 먹는 다는 느낌으로 입으로 가져다 넣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야.)
길고도 길었던 비행이 끝이 나고 어느덧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다. 한시라도 빨리 발리로 넘어가고 싶지만 오전 경유편은 이미 떠난 상황. 변경된 스케줄은 오후 3시 20분 출발이었다. (여기서 덴파사르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쿠알라룸프르 공항은 생각보다 컸다. 면세점도 많이 보였는데 이미 피로에 절어서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생존본능으로 먹을 것을 찾아 나섰고 한참을 헤메이던 끝에 ‘그랜드 마마스’ 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그랜드마마스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메인터미널 2층에 위치해 있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비교적 깔끔한 느낌의 식당이었다.
나는 대략 밥이 될만한 것을 시켰는데 나시 어쩌고 + 카레 였던 것 같다. 사진에 고추마크 2개정도가 그려져 있어서 선택했는데 저기 밥 밑에 빨갛게 버무려진 것이 꽤 먹을만했다. 양파 같기도 한데 매콤새콤하면서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음식을 보니 해외에 나와있는 것 같기는 한 기분이 들었다. (맛은 쏘쏘)
밥을 먹었겠다 상큼한게 땡겼는데 때마침 스무디 전문점 ‘BOOST’을 발견했다. 그랜드 마마스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것 같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조합의 메뉴들이 있었는데 에너지 조합(?)이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것을 주문했다. 과일 스무디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배도 부르겠다 슬슬 비행기 출발 게이트가 있는 C구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C구역이 보이지 않아 인포데스크에 물어 물어 드디어 ‘C5’가 쓰인 간판을 발견했다.
가는 길에 보니 모노레일 선로도 있었다. (현재는 운행을 하고 있지 않다.) 이것만 봐도 쿠알라룸프로 공항이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이 짐작 되었다. 이곳은 Main Terminal이었고 C게이트는 Satellite Terminal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C게이트까지는 버스로 대략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직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도 해서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도 말레이시아 가면 꼭 들러보라고 쓰여있던 올드타운 화이트커피.
코로나 때문에 이용객이 얼마 없는지 대부분 자리는 사진에서 처럼 의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픽업해 가는 서비스였다. 냉큼 빈자리를 확보하고 주문을 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이곳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화이트커피에 카야 버터 (KAYA&BUTTER) 토스트. 말레이시아사람들은 아침식사를 이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고 한다. 띵~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디저트(!)로 먹을만하다.
카페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났지만 여전히 시간은 한참 남은 상태. 그러나 이곳 Satellite Terminal에는 그다지 볼거리나 매장이 없었다. 코인 안마의자기가 있어 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현지 화폐나 (계정개설이 가능한) 현지 연락처 없으면 이용 불가…
그래서 비행기 탑승시간인 오후 2시 20분까지 의자에 앉아 멍~~~~~때릴 수 밖에 없었다. (아까운 내시간🥲) 그나마 이번에는 지연 없이 제때 도착해서 덴파사르행 비행기에 탑승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3시간의 비행. 이윽고 덴파사르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7시간 비행을 경험했기 때문에3시간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비자를 구매 후 입국심사를 마치고 무사히 탈출. 우리는 클룩을 통해 예약해둔 SIM카드를 받고 마찬가지로 예약해 둔 차량을 타고 호텔이 있는 우붓(UBUD)까지 이동했다.
원래 예상대로였다면 오후에 우붓시내를 둘러보고 호텔에서 여유롭게 쉬겠다는 목표였지만 이미 발리는 한밤중이나 다름 없었다.
덴파사르 공항에서 우붓까지는 차량으로 대략 1시간 정도 거리. 호텔은 우붓 외곽에 위치해있기도 했고 주변은 어두워서 저녁 산책은 사실상 무리. 저녁도 못 먹었고 피곤에 쩔었지만… 그래도 발리 발리한 느낌에 기분은 금새 좋아졌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이미 밤 9시. 호텔 레스토랑이 다행이 10시까지 영업해서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겼다. 오두막 같은 느낌의 레스토랑에는 우리말고 사람이 없었다.
인도네시아 대표음식인 나시고랭과 이곳의 맥주 ‘빈땅’을 시켜 먹었다. 이제야 이곳이 인도네시아 발리인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째 (사실은 둘째)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