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부대찌개’다. 대략 20년 전 306 보충대를 통해 입대할 때 마지막에 먹었던 음식도 부대찌개였기 때문이다.
정작 의정부에 살 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부대찌개 중심지 부대찌개거리. 이사 떠나기 전 가보기로 했다. 사실 첫 목적지는 ‘오뎅식당’이었는데 소문난 곳답게 웨이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다 바로 마중 편에 있는 ‘진미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35년 전통이라고 쓰여있는 글귀와 모범음식점 현판을 보아하니 실패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냉큼 이곳으로 들어갔다. 차를 가지고 왔었는데 가게 앞에 세워두면 사장님이 직접 주차장까지 주차해 주신다.
이미 오후 2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매장은 비교적 자리가 여유 있었다. 부대찌개를 먹을 생각으로 갔다가 메뉴판에 ‘부대볶음’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생기면 또 못 참지!
부대볶음을 주문하고 옷에 튀길걸 대비해 일회용 앞치마를 둘렀다. ‘먹을 때가 제일 이뻐’라는 재미난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래, 맛있게 먹고 이뻐(잘생겨) 지자!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판 가득 담긴 부대볶음과 공깃밥, 밑반찬들이 나왔다. 밥은 생각보다 양이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드디어 마주하게 된 부대볶음. 부대찌개와 달리 국물이 자작하다. 각종 소시지에 오뎅, 우동사리, 양배추 등 갖은 재료들이 들어가 있다. 이미 조리가 되어 나왔기 때문에 가스를 켜서 식지 않게 살짝 데워 먹으면 된다.
햄보다 먼저 우동사리와 당면사리를 집어 들었다. 부대볶음 국물이 감칠맛 나게 배어 있는 게 눈으로도 보인다.
너무 뜨거워서 앞접시에 면과 햄 등 재료들을 덜어서 먹기 시작했다. 입안에 진한 부대찌개, 아니 부대볶음의 풍미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매콤하면서 중독적으로 짭조름한 햄 맛. 몸에 나쁜 짓 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먹을 때가 이쁘다는 앞치마 문구에 위안을 삼으며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먹다 보니 부대볶음 안에는 햄 말고도 재미난 재료들이 더 들어있었다. 우선 떡볶이 떡. 겉에는 부대볶음 소스가 잘 배어있고 속 안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부대볶음으로 어지러워진 속을 달래주는 기분이다.
다음은 감자떡. 강원도에서 먹던 감자 옹심이 같은 질감이다. 쫀득쫀득 해서 씹는 맛이 남다르다. 어떻게 이걸 넣을 생각을 다했을까. 부대볶음은 여러 번 감탄하게 되는 음식이다.
부대 볶음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밥 위에 국물을 끼얹어서 먹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있는 김가루를 수북이 올리고 거기에 국물을 함께 적신다. 한 번에 비비기보다 적셔 먹는 방식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수저에 밥과 김, 그리고 햄을 얹어서 한 입에! 밥은 양이 적은 게 아니다. 이렇게 비벼먹기 편하도록 깊은 그릇에 나온 것이다. 그리고 밥은 그리 많이 필요도 없다. 2인 양임에도 재료가 푸짐해서 1/3 정도는 남기고 나왔다.
맵짠 조화가 미쳐버리는 부대볶음. 먹고 나면 몸에 나쁜 짓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지만 셀프로 마실 수 있는 식혜 한 컵 먹으며 속을 달래 본다.
📍진미식당
주소: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6(*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 8시 – 심야 1시
코멘트: 부대찌개를 능가하는 중독적인 맛을 원한다면 부대볶음 적극 추천. 사장님도 친절하고 맛도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