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신내에 들를 일이 있었다. 늦은 오후시간, 슬슬 저녁도 먹어야 하고 와이프가 며칠 전부터 찾아둔 맛집이 있었다. 서울시 선정 오래가게 중 하나다. 3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이니 맛은 보장된 거 아닐까!
연신내 목노집 둘러보기

3, 6호선 연신내역 4번 출구에서 도보 2분이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족발냄새가 유혹하는 골목길을 지나면 ‘목노집’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972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돼지보쌈’ 맛집이다.

짙은 갈색 배경에 둥그런 테이블들이 늘어서 있다. 퇴근 시간에 오면 자리가 꽉 찬다고 하는데 6시 전이라 아직 여유 있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팀이 새로 들어왔다.
메뉴는 돼지보쌈 (1만 7천원), 한우곱창(2만 5천원), 염통(1만 7천원), 콩팥(1만 7천원), 양깃머리(3만 5천원), 한우육회(3만 5천원)로 구성되어 있다. 리뷰에 돼지보쌈에 염통 조합 추천이 많았다. 우리는 일단 돼지보쌈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음식이 나오기 기다리는 동안 매장을 둘러보았다. 갈색 벽면과 통유리에 글귀가 쓰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배가 부른 자는 일을 잘 못하고 욕심이 많은 자는 결실을 못 맺고 뜻이 있는 자는 매사에 결실을 맺는다.’ 좋은 말이다. 옛 선비들은 글을 읽고 술을 한잔 했다고 했지?

그래서 주문했다. 카스와 참이슬 한병. 체질 개선 때문에 술을 멀리하고 있는데 오늘은 고삐를 풀어헤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 내려서 꿉꿉하고 습한 날, 소맥은 그야말로 금술이다.
목노집 대표메뉴 돼지보쌈

이제 곧 음식이 나올 건가 보다. 목노집은 특별히 반찬이라고 할 게 없다. 김치 조금과 고기를 싸 먹을 상추, 그리고 파 조금과 초장이 전부.

조금 서운할 뻔했는데 오늘의 메인 요리인 돼지보쌈이 나왔다. 그동안 먹던 보쌈과는 모양이 다르다. 투박하게 썰은 돼지보쌈 위에 투박하게 썬 대파가 한가득 올라가 있다. 육수가 살짝 깔려 있는 철판 위에서 2~3분 정도 더 익혀서 먹는다.

보쌈이라고 부르기 어색한(?) 돼지고기는 한입에 먹기 좋게 잘라져 있다. 아무것도 찍지 않고 먹어보았다. 특별히 육즙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부드럽고 후추향이 돼지 느끼함을 잡아준다. 소맥과 궁합 좋은 안주다.

이번에는 대파와 보쌈을 함께 집어 초장 소스에 찍어 먹어 보았다. 확실히 고기만 먹었을 때 보다 식감이 산다. 소스와의 궁합은 글쎄? 차라리 쌈장이나 기름장이 더 어울릴 듯.

밑반찬으로 나온 쪽파가 초장 소스에 어울린다. 고기 한입, 파 한입 씹어 먹고 다시 소맥으로 목을 축인다. 반찬의 자리를 쪽파가 대신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이번에는 상추 위에 돼지보쌈, 대파, 마늘을 넣고 싸 먹어 본다. 귀찮아서 그렇지 이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맛있으니 소맥을 또 마신다. 그렇게 맥주 한병을 비우고 두 병째 주문했다.

가스불은 가장 약하게 해 놓고 은은하게 졸여가면서 먹으면 된다. 특히 파가 익어갈수록 맛있어진다. 육수를 가득 머금어서 부드러우면서 돌판 열기에 노릇노릇하게 익어 풍미가 남다르다. 다음에 올 때는 파를 처음부터 바닥에 깔아서 익혀야겠다.
목노집 별비 철판 볶음밥

한국인의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이지. 사실 염통을 1인분 추가할까 고민했지만 매콤한 게 땡겨 볶음밥(2천원)을 주문했다. 1인분이라고 하지만 철판 한가득 밥이 깔려서 나온다.

바닥에 눌어붙은 밥은 사장님이 직접 와서 긁어 주신다. 막상 긁어내고 보니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다. 부족할 수도 있겠는데? 싶지만 이미 돼지보쌈 2인분에 맥주 2병, 소주 1병을 마셨으니 배가 그럭저럭 부르다. (사실 2차 갈 계획이다)

볶음밥도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 대신 바닥에 눌어붙었던 바삭바삭한 밥알이 일품이다. 이거 하나 때문에 볶음밥은 먹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와이프와 멈추지 않고 바닥에 붙어 있는 밥알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여기서 끝나버린 게 아쉽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기교 없는 담백한, 어딘가 선비 같은 맛이 50년 명맥을 유지 하는 노포의 비결인가 보다.
매장정보
📍목노집
・주소: 서울 은평구 연서로28길 10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1시 (비정기 휴무)
・주요 메뉴: 돼지보쌈, 한우곱창, 한우육회
・주차장: 전용주차장은 없다. 연신내역 주변 민영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지하철 타고 오는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