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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스토리»창업 노트»온라인 사업 4년차가 전하는 디지털 노마드 현실 후기
창업 노트

온라인 사업 4년차가 전하는 디지털 노마드 현실 후기

2026년 7월 7일댓글 없음4 Mins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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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목차

  • 1 디지털 노마드의 삶
  • 2 온라인 사업의 하루
  • 3 디지털 노마드 말고 디지털 정착민

“여러분 저는 지금 발리에 있어요! 하루 1시간 컴퓨터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영도 하고 바다를 보며 맥주를 즐깁니다.”

인스타에 접속하면 매일 같이 뜨는 광고가 있었다. 등장인물이 남자에서 여자, 배경이 발리에서 방콕으로 바뀐다 뿐이지 내용은 같았다. 화면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노트북 한 대를 들고 웃고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

그 장면에 나를 넣어봤다. 발리의 뜨거운 아침햇살에 눈을 뜬다. 부스스한 머리에 밤새 뒤척여 구겨진 잠옷. 4인용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 맥북 화면을 열어젖힌다. 쇼핑몰 관리자 화면에 로그인해 주문 확인하고 발송 처리를 한다. 

발리 숙소에서. 식탁이자 업무용 데스크
발리 숙소에서. 식탁이자 업무용 데스크

뒤늦게 일어난 와이프와 함께 유튜브로 아침 스트레칭 영상을 보며 몸을 푼다. 거실 유리벽을 덮고 있던 커튼을 걷어 재낀다.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마당에 있는 수영장에 몸을 담근다. 배영으로 드높은 발리 하늘을 바라본다. 

그래, 이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구나.

실제로 동남아에서 이런 삶을 즐겼다. 무려 2개월이나!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차곡히 쌓인 구글 포토와 내 블로그에는 이날의 기록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당장이라도 노트북을 덮어 두고 수영장에 뛰어 들 준비가 되어있다. 준비 안된 게 있다면 통장의 잔고뿐.

길리 프라이빗 수영장
길리 프라이빗 수영장. 일 마치고 즐겼던 수영이란!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하루 1~2시간 짬 내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노마드(Nomad)는 유목민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가축을 끌고 사막이나 초원을 이동했다. 이제는 가축 대신  노트북을 들고 이동한다. 다만 거기에는 ‘휴식’이라는 단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과거나 지금이나.

온라인 사업의 하루

현재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건 해외구매대행과 온라인 쇼핑몰 운영대행이다. 모두 인터넷이 연결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장소의 제약이 없으니 국내는 물론 해외 어디로 나가도 일할 수 있다. 휴식은 일이 끝났을 때나 주어진다.

2년전 여름, 말레이시아에서 일주일 정도 지냈다. 쿠알라룸푸르 도심에 위치한 레지던스 호텔. 46층 건물의 43층에 예약한 방이 있었다. 창밖으로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3층에는 숙박객 전용 수영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일만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내려갈 작정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일주일간 묵었던 숙소
말레이시아에서 일주일간 묵었던 숙소

오전 9시경 노트북을 켠다. 밤새 들어온 주문과 고객문의를 처리한다. 구매대행 상품을 구매하고 배대지에 배송정보를 입력한다. 3~4시간 정도 작업에 열중하고 배달음식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쳤다. 이제 좀 여유롭게 오후 수영을 즐길 참이었다. 

그런데 노트북에서 ‘띵동’하는 울림이 울렸다. 고객연락이었다. 주문한 신발 퀄리티가 생각이랑 다르다 했다. 짝퉁이 아니냐고 다짜고짜 따져왔다. 우리는 제품 구매 영수증도 제공하고 신발 마감 특성상 본드자국이나 눌림 등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 하지만 채팅창의 스크롤바만 길어질 뿐이었다.

고객은 플랫폼 고객센터에 우리 스토어를 신고했다. 얼마뒤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객과 원만한 협의를 바란다며. 플랫폼 측에서 일부 보상 해주는 조건으로 고객의 의견을 수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거절하고 싶다. 하지만 플랫폼에 세 들어 사는 입장에서 고집만 부릴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러기로 했다.

3층에는 시원하게 뻗은 수영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3층에는 시원하게 뻗은 수영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 클레임을 처리하는 동안 어느덧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오후 내내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차라리 물갈이가 낫지. 수영은 무슨. 컨디션 난조로 그대로 침대에 눕고야 말았다. 타국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야속하게 저물어 간다. 디지털 노마드에게도 휴식은 간절한 법이다.

디지털 노마드 말고 디지털 정착민

그럴 바에는 디지털 정착민이 더 나을 것 같다. 매일 아침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상수역에서 내린다. 도보 3분 거리에 사무실이 있다. 자리를 넓게 쓰려고 가로 폭 160cm 책상을 들여다 놨다. 32인치 모니터 화면과 노트북 암 위에 펼쳐둔 맥북.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지는 로지텍 키보드와 사과 로고가 박힌 새하얀 매직 마우스.

매일같이 출근하는 사무실
매일같이 출근하는 사무실

회사를 떠난 이후로 항상 고정되어 있는 작업 환경이다. 모니터에는 웹 브라우저를, 맥북에는 엑셀 시트를 켜둔다. 양쪽을 번갈아 가며 상품 등록을 하는 게 일상이다. 사무실을 떠나서는 맥북 14인치 모니터 하나에 모든 걸 구겨 넣어야 한다. 실수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하지.

오후 7시경 ‘시스템 종료’ 버튼을 누른다. 하루일과 끝이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늦은 오후 같다. 1.63kg나 되는 육중한 맥북은 그대로 두고 사무실 밖을 나선다. 덩달아 가방도 가볍다. 이따금씩 역 앞에 있는 또OO 치킨집에서 맘 편하게 치맥하고 집에 돌아간다. 동남아에서 느꼈던 행복이랑 다를바 없다.

온라인 세상을 무대로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4년. 광고 속에서 보았던 자유분방한 모습은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지난달 보다 늘어나는 매출 곡선을 보는 게 훨——씬 더 행복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이익 많이 나면 해외로 사원 여행(그래봤자 와이프와 나 단 둘이지만)도 가 볼 생각이다. 물론 가방에 노트북은 챙겨서. 이게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가 아닐까.

제주도로 떠났던 워케이션. 업무를 보며.
제주도로 떠났던 워케이션. 업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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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

✉️touch@hmstory.net
✈️일본에서 10년을 살다, 지금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살아갑니다.
✍️ 여행하고, 일하고, 배우고, 실패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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