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정가(定価)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 온라인 라쿠텐(楽天市場) 점포를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보니 운영과 관련된 메일도 심심치 않게 받아 보게 된다. 평소에는 그다지 읽어보지 않다가 우연치 않게 클릭 했던 메일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담긴 부가서비스 정보가 실려 있었다.
상품원가 및 기타 비용들을 설정해두면 라쿠텐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준으로 수요에 따라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정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다이나믹 프라이싱인 것이다.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란 동일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을 시장 상황(수요나 공급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시키는 가격 전략이다. 특히나 온라인이 급속도로 확대 된 2000년대 이후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마존의 경우는 2012년도부터 동일 상품에 대한 경쟁사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경쟁사 대비 최적화된 실시간 가격을 제시하는 정책을 도입하였으며, 이를 통해 아마존은 정책 도입 대비 27%의 매출을 증가시켰다고 알려진다. (참고: LG경제 연구원
Dynamic Pricing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사실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는 개념일 수도 있다. 예가 맞지 않을 수는 있으나 이미 각종 온라인몰에서는 매번 다양한 종류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라쿠텐으로 예를 들자면 1년에 4번, 약 1주일간 운영되는 슈퍼세일(楽天スーパーSALE)이 있는데 정가대비 최대 50%이상 할인하여 판매하는 행사이다. 이 기간에 대다수의 라쿠텐 입점 점포(샵)들의 매출이 평소보다 2~300%오르는 것이 기본이라는 통설이다. 내가 담당하는 샵도 대략 사정은 비슷하다. 소비자들은 이 시기를 기다린다.
물론 셀러 입장에서도 재고를 돈을 받고(!) 처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가 없으면 다시금 매출이 하락하기 때문에 마진폭을 줄여서라도 할인을 하기에 이른다. 특히나 마케팅 역량이나 고객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자들에게는 자발적인 이벤트를 운영하여 원하는 성과를 달성한다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다.
이는 정가 대비 할인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종 쿠폰과 포인트 지급을 통해 실질적인 할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까지 오게 되면 정가는 어디까지나 참고가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가 차라리 맞는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의 원가와 비용을 제외한 가격은 능력에 따라 알아서 조정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고 구매 예정이었던 상품을 보다 빨리 구매하도록 유도 하면서 시장유통을 활성화 시키는 긍정적인 장점이 있다. 물론 셀러(점주) 입장에서도 재고부담을 줄이고 상품회전을 빠르게 함으로서 현금흐름과 신규고객 확보를 통해 매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향후 각 쇼핑몰 플랫폼들은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제도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온라인 쇼핑몰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주식투자처럼 가격이 수시로 변하며 다양한 시장환경과 변수를 고려해야하는 영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와 같은 소상공인들은 기존과 같이 원가와 정가사이의 차익을 통한 이익실현이 아닌 부가가치 제공을 통한 이익실현을 하여야 할 것이다. 슬프게도 가격은 이미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