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친구 사귀기 위해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홈파티부터 언어교환 어플, 문화교류원을 활용했던 이야기. 일년간의 일본인 친구 만들기 과정을 담았습니다.
일본에서 취업에 성공했고 비자도 받고 마침내 원룸까지 계약했다. 매일같이 도쿄에서 보내는 즐거운 일상. 하지만 한 가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일본인 친구.
한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팀 내에도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은 1명밖에 없다 보니 주로 우리말로 의사소통을 했다. 한국어만 쓰는 것도 그렇지만 일본까지 와서 한국사람들과만 어울리는 건 어딘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인 친구 사귀기 대작전에 돌입했다.
일본인 친구 사귀기 도전의 시작
때마침 대학시절 인턴 했던 일본기관 직원과 도쿄에서 만날 일이 있었다. 아직 일본어도 제대로 못할 때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줬던 분이다. 도쿄 이자카야에서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게 되다니! 그동안의 추억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그러다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테마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우리 회사 도쿄 본사 직원인데 한국에서 어학당도 다녔고 돌아와서는 같은 어학당 출신들이랑 모여서 홈파티 하는 친구가 있어. 만나볼래?”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개최하는 홈파티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렇게 쉽게 일본인 친구를 만들줄이야!
홈파티 주최자인 사이토(가명)의 집은 도쿄 에비스에 위치해 있었다. 방 한 개에 널찍한 거실이 있는 집. 나를 포함해서 대략 10명 정도가 모였다. 이 중 절반은 사이토와 같은 어학당 출신이고 나머지는 나처럼 지인 소개로 참가한 경우다. 참가비 2천 엔과 각자 마실 드링크를 준비해서 갔다.
대학생 이후로 이렇게 한 공간에 둘러앉아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기는 오랜만이었다. 낯가림도 있고 일본어로 말문이 트이기 전이었지만 술이 들어가니 점점 장벽이 허물어졌다.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각자 추억이야기, 한국에서 즐기던 술자리 게임 등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왁자지껄 떠들었다.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사이토가 주최하는 홈파티에 항상 참석했다. 나보다 먼저 일본에 와 있던 대학 선배형도 모임에 초대해 함께 나가기도 했다. 모임은 사이토의 집뿐만 아니라 요요기 공원, 오다이바 야외 BBQ장 등 도쿄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만남을 가진 지도 어느덧 일 년 가까이 되어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멤버들 개개인과 1:1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는 점이다. 개별적으로 좀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암묵적인 규칙이라도 있듯 늘 ‘단체’를 추구했다. 한 번은 라인 아이디를 교환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단체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선을 긋는 경우도 있었다. 분명 친해진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웠던 일이 일본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나 보다. 아니면 내가 싫었던가.
언어교환과 다양한 시도 끝에 얻은 결과
홈파티에 참가하는 한편 다른 방법으로도 일본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했다. 어플 활용도 그 중 하나. 대학생 때는 주로 한일 펜팔 사이트를 이용했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어플을 통한 펜팔이 가능해졌다. 기왕이면 일본어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언어 교환’ 어플을 주로 활용했다.
내 사진과 프로필을 등록하고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친구들을 찾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중에는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내 나이 또래들도 더러 있었다. 마치 카톡을 하듯 대화를 주고받으며 언어 교환이라는 목적을 충실히 살려나갔다.
그러다 한 친구와는 제법 친해졌다. 제이팝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다양한 일본 노래나 가수도 알려주었다. 때마침 도쿄에 살고 있어서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 친구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이따금씩 신주쿠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서 한국음식도 즐겼다. 대화는 주로 일본어로 나누었고 각자 언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어플 외에도 한국문화교류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서도 언어교환 친구를 찾기도 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3~4명 정도의 일본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들 생활패턴과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인지 ‘친구’라고 할 만큼 가까워진 경우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같이 술 한잔하면서 친해진 경우가 많았는데 일본에서는 그 방법이 잘 통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내성적인 성격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일 년여 시간을 들였지만 결국 친구 만들기는 성공하지 못했다. 좀처럼 허물수 없는 일본인과의 벽.
그렇게 서서히 지쳐가던 중 일생일대의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지금의 와이프)을 만난 것이다. 일본인 친구 사귀기보다 더 값진 결과를 얻었으니 지난 일 년이 결코 헛되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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