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8일. 인생 첫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사내이사 ‘김형민’ 세글자가 들어가있다. 1인법인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대표는 대표다. 아직 일본에서 살때여서 인터넷을 통해 법인설립등기를 마쳤다.

회사이름은 주식회사 휴프로젝트. 센스 있는 와이프가 작명해 주었다. 여기서 휴는 쉴 휴(休). 열심히 일해서 쉴 때 제대로 쉬자!는 포부를 담고 있다. 고객들에게도 쉼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이자 프로젝트다.

주식회사 휴프로젝트 법인등기부등본
주식회사 휴프로젝트 법인등기부등본 일부

창업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건 2013년 봄. 연차로는 10년이 넘었다.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서 경력도 쌓고 정년까지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왔다. 대리, 과장, 부장 달고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고. 그런 무탈한 인생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줄만 알았다.

그러나 첫 회사는 입사 후 적응실패로 3개월만에 퇴사. 얼마뒤 해외인턴으로 일본 도쿄행 선택. 운이 좋게 정사원으로 채용되면서 본격적인 일본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그럭저럭 적응도 잘했고 팀에 훌륭한 선배들도 많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입사 1년 후 사내 조직개편으로 팀이 분리되면서 주축 멤버들이 퇴사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퇴사한 선배들과 계속 일하고 싶었고 OB멤버가 주축이 되어 창업한 회사에 합류하게 된다. 이제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회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 움직였지만 이제는 우리가 시스템 자체가 되어야 했다. 다들 경험이 없다보니 우왕자왕했다.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서로 이견이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던 나는, 결국 함께한지 3년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일본팀 첫 업무공간. 좌측이 내자리
일본팀 첫 업무공간. 좌측이 내자리

이후 다른 회사들로 전직하면서 사회생활을 이어나갔다. 다시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니 어딘가 모르게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이제야말로 무탈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하나, 둘 새로운 업무를 익혀나갔다. 일이 익숙해지니 개선하고 싶은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시스템이 곧 법이라는 사실을.

한 회사에 시스템이 자리잡히기까지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또는 자본투입)가 필연적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 바꾸는데에도 동일한 것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실수도 늘어났고 시스템하에서 낼 수 있는 퍼포먼스에 한계가 보였다. 점점 답답해졌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 여파로 유통업을 하던 당시 회사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집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오로지 컴퓨터 화면으로만 소통해야 했다. 답답함은 극에 치달았다.

일본에서 재택근무 중. 오로지 모니터화면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일본에서 재택근무 중. 오로지 모니터화면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다만, 내가 담당하던 이커머스(온라인 쇼핑몰)만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른바 제2의 전성기다. 때마침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시스템을 벗어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블로그에 올린 일본 온라인 마케팅 글들을 보고 하나, 둘 연락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조언만 구하고 연락이 끊어졌지만 몇 업체와는 실제 업무로 이어졌다. 낮에는 직장일을 하고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아마존재팬, 라쿠텐, 마쿠아케 등 일본 온라인 마켓에 상품을 올려주고 판매를 도왔다.

회사에 있을 때는 문구 하나 바꾸거나 이벤트 추가하는 데에도 결재가 필요했다. 결재가 금방 나면 다행인데 팀장→그룹리더→집행임원→임원→사장에 이르는 라인을 거치다보니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다들 결재가 번거로워 액션 취하기를 꺼려했다. (시스템의 단점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키를 쥐고 있으니 시의절절한 대응이 가능했다. 필요하면 광고 예산을 추가하기도 하고 이미지나 키워드를 개선할 수도 있었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확대 물살을 타고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독립에 대한 의지가 커졌다.

퇴사를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때마침 이전 직장 선배 동료와 연락이 닿았다. 오랜만에 근황 토크를 이어가던 중 온라인쇼핑몰 컨설팅에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사업제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님께 사업제안 P.T를 진행 할 수 있었다.

물 들어올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퇴사와 동시에 온라인쇼핑몰 컨설팅과 크라우드 펀딩 대행 계약을 동시에 따냈다. 이렇게 주식회사 휴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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